전병문의 수채화교실 방송프로그램에 갤러리탐방이라는 꼭지프로그램이 있다.

그 갤러리탐방에서 장서희 작가님의 개인전을 취재한 적이 있다.

장서희 작가님은 그래픽 아티스트라는 장르를 하고 계신분인데 개인전도 그 컨셉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제는 무토. 즉 무등산 토끼를 캐릭터화한 상품과 그림을 전시해놓았다.

그중 일부인 커피잔 그래픽은 바로 상용화가 된 듯 완성도가 있어보였다.

커피잔 속에 토끼는 온통 검은색으로 표현되어있다. 눈, 코, 입 모두다.

여기서 무토라는 캐릭터에 대한 궁금점이 커져만 갔다. 작가님과의 인터뷰 속에서 그 이야기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무토이야기(장서희)

무토가 우리에게 온 날을 잊을 수 가 없다.

1월에 무척 추운 어느 날 토끼 한마리가 카페에 들어왔다.

추위에 떠는 듯 했으나 윤기가 흐르는 검정털을 가지고 있었고 눈은 보석을 박아놓은 듯 반짝반짝 빛이 나고 기품이 있었다. 귀족토끼 같았다.

 

자신을 무등산 서석대에서 온 토끼의 왕자라 소개하고 뜨거운 커피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선불이야."

"없어. 그냥 줘"

"그냥 주면 우리가 혼나"

토끼는 대신 무등산에서 겪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토끼의 이야기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안녕. 오늘은 이만 가봐야 겠어. 우리는 거의 무등산에서만 시간을 보내. 새해라 나들이 나왔거든. 다음 새해에 또 보기로 해."

총총 걸어나가는 토끼에게 그림자가 나타났다. 장보기를 마치고 온 매니저였다. 요놈 작년에 다른 카페서 보았다고 이번엔 여기 왔냐며 커피값 대신 설거지를 하고 가라고 했다. 토끼는 가족들이 기다린다며 잽싸게 나가려 했지만 마침 사장님이 그걸 목격하고 말았다.

 

 

"요즘 시대에 간 큰 토끼잖아. 벌을 세워야 겠구나. 옥상에서 벌을 서고 와라. 추우니까 30분만 서도록 해"

목소리가 크고 무서운 사장님은 그래도 토끼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려주며 옥상으로 올려 보냈다. 잠시후 카페로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옥상에 귀여운 토끼가 있더라구요"

"저게 뭐지??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토끼눈이 하도 반짝거려 보았더니 커피잔을 들고 있네요?

토끼는 30분후 커피잔을 들고 사라져 버렸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카페에 몰려들었다.

 

그 후 토끼는 우리 카페의 상징이 되었고 우리는 그를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옥상에 세워두었다.

"무등산에서 왔으니까 이름은 무토라고 하자"

초롱 초롱 두 눈을 빛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조잘거리던 무토가 보고싶다. 무토는 내년 새해에 다시 올까?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