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게임 등 쉽게 몰입 중독 늘어
ㆍ가족과 단절·신체이상 증세
ㆍ국내 가입자 220만명 넘어
ㆍ통신·제조사, 남용 대책 외면

회사원 박모씨(40)는 얼마 전부터 아이폰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아침에 아이폰 알람 소리로 잠에서 깬 뒤 뉴스와 e메일을 확인하고 출퇴근할 때도 지하철에서 트위터에 답글을 올린다. 박씨는 화장실에 갈 때도 아이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예전에는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아이폰으로 골프 경기를 보거나 트위터를 읽는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박씨처럼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생활하는 ‘스마트폰 중독자’들이 늘고 있다. ‘손 안의 컴퓨터’로 불리는 스마트폰은 인터넷 접속과 e메일, 트위터 작업이 손쉽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과 게임을 할 수 있어 일반 휴대전화보다 장시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나 적정 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 자동으로 차단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지난 5월 현재 22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에 구글의 운영체제(OS)를 채용한 안드로이드폰이 쏟아지면서 스마트폰 가입자가 하루 평균 2만명 이상 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국내에서 400만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일반 휴대전화와 달리 중독되기 쉽다는 점이다. 아이폰으로 소셜네트워크 게임 ‘위룰’을 체험했던 직장인 백모씨(29)는 “오전에 게임을 시작했는데, 배가 고파 시계를 봤더니 오후 3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며 “아이폰으로 이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아예 프로그램을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컨설팅기업 그래비티 탱크가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신문이나 책을 덜 읽고, 친구 만나는 시간과 공부 시간, 먹는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신체이상 증세도 생길 수 있다. 화면 터치 작업을 오래하면 손목 힘줄과 인대가 손상돼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픈 증세가 나타난다. 화면이 크지 않아 10대나 20대 이용자가 사용할 경우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스마트폰이 보급 초기 단계여서 ‘중독’과 관련한 구체적인 통계가 많지 않다. 그러나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자신이 아이폰에 상당히 중독됐다’고 답했다. 또 10%는 ‘완전히 중독됐다’고 응답했으며, 75%는 ‘아이폰을 손에 쥐고 잠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나 통신업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보급 확대에 급급해 오·남용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엄나래 선임연구원은 “매체 의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인터넷에 잘 중독되는 편인데, 새롭고 다양한 정보가 많고 접근성도 높은 스마트폰은 훨씬 더 심하다”며 “통신사나 제조사도 설명서 등을 통해 중독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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