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부

나로도라는 섬으로 P는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고흥에서 배를 타고 10분정도 가니 외나로도가 보였다.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맑았고, 이에 바다도 응수했다. 이를 질투라도 했는지 갈매기들이 바다를 쪼아대고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나로도에 도착했다. 해변가 소나무 아래 짐을 풀고 가방에서 라면을 꺼내 끓이기 시작했다. 라면을 맛있게 먹은 P는 포만감을 느끼면서 잠이 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달은 중천에 떠 있었고 별들이 약한 빛들을 내뿜고 있었다. 소나무 사이로 가느다란 바람이 불어와 P의 머리카락을 날려 한 손으로 추스리고 있을때 P의 눈에 폐교가 보였다. P는 자기도 모르게 폐교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곳에서 불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 불빛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몇몇의 여자들과 남자들이 모닥불에서 술마시고 놀고 있었다. M.T 생각이 났다. '그 때 정말 재미있었는데...'
그때 P의 어깨에 낯선 손길이 닿았다. P는 흠짓 놀랬다.
"누구세요?"
"아, 예! 불 빛이 있어서 와 봤어요!"
P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P의 앞에는 조금 눈이 풀린 듯한 여자가 서 있었다.
"혹시 200원 있으세요?"
'갑자기 웬 200원?' P는 어리둥절했다.

제 12 부

"아! 예! 여기요!"
P는 엉겁결에 200원을 주었다.
"친구들이 가방을 폐교에 놓아두고는 밤이 되서 무서우니까 못 가는 거 있죠? 그래서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네요!죄송해요."
여자는 약간 취한듯 했고 그 200원으로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P는 가우뚱거리는 여자가 안쓰러워 부축하면서 자판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200원을 투입구에 넣고 버튼을 누르니 커피가 쏟아졌다. 거스름 돈 50원을 꺼내 그 여자는 P에게 건넸다.
"팁이예요. 자! 받아요!"
양쪽으로 볼을 밀어내듯이 입을 벌리고 웃는 그 여자의 모습이 귀엾게 보였다. 하지만 눈은 약간 풀려있었다. 둘은 자판기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얘기를 했다. 그 여자의 이름은 B양이며, P와 같은 지역에서 살고 대학생이라는 것, 또한 1학년이라는 것이 P의 마음속에 와 닿았다. B양은 아마 자신의 친구들은 폐교운동장에서 잘 것이고 자기 또한 거기서 자야되니 혹시 탠트가 있으면 재워주라는 말까지 했다. P는 조금 당황했지만 아직은 순수했기 때문에 B양의 요청에 승락을 했다. 그들은 텐트에 와서 나란히 누웠다.
P는 옆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는 B양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이같은 딸이 있었으면 다리 몽댕이를 분질러 버렸을 것이다'라고.....
여하튼 B양의 자는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이렇게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자고 있는 B양을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는 순간 B양이 P를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 자기의 가슴쪽으로 P의 얼굴을 묻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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