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부

커피숍의 TV에서는 일기 예보를 하고 있었다.
"오늘 오후 이상 기후 현상으로 남해안에 걸쳐있던 기압골이 상승하면서 중부지방에 10~20mm정도 서리가 내릴 예정이오니 농작물 피해에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요. "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눈은 어디로 둬야할 지 몰라 TV만 보고 있는 P에게 A양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니가 사람이냐?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는 거야?"
P는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소문은 무지 빨리 전해져 A양까지 전해졌으니 말이다. P는 계속 고개를 떨구고 A양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하고 다른 여자 만나서 잘 살 줄 알았냐? 나쁜 놈!"
어디 개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 사람들은 A양의 높은 톤의 억양을 듣고 이 쪽을 쳐다보면서 혀를 차고 있었다.
그 때, B양이 커피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P의 얼굴엔 핏기가 가셨다.
'아니 쟤가 어떻게 이 커피숍으로 들어오는 거야?'
'아니야! 친구를 만날려고 들어온거겠지. 쫄지 말자...'
P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A양의 집요한 질문을 듣고 있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B양이 P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이를 어째!) P의 얼굴은 다시 창백해 졌다.
"어머! 오빠, 여기서 뭐해?"
"어? 어...........!"
P와 A양은 B양을 동시에 쳐다봤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A양과 B양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이윽고 두 여인은 빙그래 미소를 짓더니만 큰소리로 웃어댔다. 통쾌하게.....

제 16 부

"왜 이렇게들 웃어? 둘이 아는 사이야?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한동안 웃고 있던 B양은 A양의 옆자리에 앉아서 P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언니 그렇게 차버리고 기분이 좋던가요?"
'아니 이럴수가! 그럼 B양이 A양의 여동생?'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어디 있을까?
B양은 계속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 언니 차버린 놈한테 복수 할려고 일부러 오빠한테 접근 했어여. 우리 니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여..제가 교회에서 수련회를 나로도에 갔는데 오빠도 거기에 갔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는 오빠 집에다가 전화해서 알았구요.그래서 나로도로 언니가 오고 자고 있던 오빠를 보게 된 거죠.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우리 언니가 쭉 보고 있었어요."
정말 무서운 계획이었다. P는 온 몸에서 흐르는 식은 땀을 닦아냈다.
"넌 아주 학교에서 매장을 당해야 돼! 니 같은 인간들은 아주 없어져야 한다구!"A양은 벌떡 일어나 커피숍을 나가고 있었다. B양도 일어나서 P에게 한마디하고는 A양의 뒤를 쫓았다.
"짧았지만 그 동안 즐거웠어여...하지만 이건 꼭 기억해 두세요. 인생 그렇게 사시면 안된다는 걸요."
한동안 말없이 두 여인이 나가는 출입문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였다.
커피숍 창가에서는 어느새 서리가 내리고 있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하여튼간 우리나라 일기예보가 무척이나 정확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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