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저널리스트(VJ)란 소형 비디오 카메라(최근에는 대개 6mm 디지틀 캠코더)를 가지고 기획, 취재, 촬영, 편집, 기사 작성, 리포팅을 혼자서 수행하는 기자를 말한다. 처음부터 비디오 저널리스트라는 개념을 정의하고 나가는 이유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 VJ라는 개념이 비디오 카메라를 취재 수단으로 하는 기자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너무나도 벗어나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송계에서는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모두 자칭 타칭 비디오 저널리스트라고 부른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라고 자칭하고 다니는 사람은 물론, 비디오 저널리스트와 작업을 하고 있다는 PD나 작가들이 이해하고 있는 VJ는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방송국이 원하는 내용을 촬영해 영상을 제공해 주는 카메라맨'이다. 결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기자, 즉 저널리스트가 아닌 것이다.

방송계에서는 현재 두 가지 형태의 잘못된 개념의 VJ가 존재한다. 하나는 소형 비디오 카메라로 취재해 제작하는 PD를 VJ라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부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AD 역할을 하면서 소형비디오 카메라로 보조 취재를 하는 사람을 VJ라 이해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구성작가라는 협력을 얻어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영상만을 제공하면 기자가 원고를 작성하여 리포팅 하거나 PD가 구성작가와 협의해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다.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원론적인 의미에서 VJ는 결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방송국에서는 이들도 모두 VJ라 부른다. 현재 방송국 외부에서 활동하는 VJ라는 사람 대부분은 영상 소재를 제공하는 단순한 영상제공자에 불과하다고 이해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해 취재한 '영상소재'만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캄저널리스트(카메라맨+저널리스트, 카메라 기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분명하게 구분짓고 있다. 캄저널리스트란 대개의 경우 방송국에서는 보내지 않는 분쟁지역과 같은 위험한 취재 현장에서 촬영한 '충격적 영상'을 제공하는 카메라 기자들을 말한다. 코소보나 동티모르와 같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위험한 취재 현장에서 촬영한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은 방송국 모두가 관심을 가진다. 영상의 가치는 현장의 위험성이나 희소성, 즉 특종이라는 무게에 비례해 평가된다. 물론 한국 방송국의 경우 이러한 가치 평가 기준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러한 저널리스트는 TV가 등장하면서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전쟁 지역이나 재해 지역에 들어가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취재활동을 하거나 비민주적 정권이 지배하고 있는 나라에 들어가 게릴라들과 종군하며 격전의 현장을 밀착 취재해 영상을 확보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로서 매우 용기있는 취재활동이다. 하지만 그것은 저널리즘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그 외에도 많이 있다. 취재한 가치 있는 영상만을 방송국에 제공하는 활동은 비디오 저널리스트라기보다는 '포토 저널리스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충격적인 영상을 촬영했다는 것만으로는 비디오 저널리스트로서의 일을 완성했다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영상의 임팩트에만 의존하는 캄저널리스트와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캄저널리스트의 활동은 비디오 저널리스트 활동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결코 본질은 아니다. 비디오 저널리스트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리포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비디오 저널리즘

비디오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데에는 소형 비디오 카메라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비디오 저널리즘의 등장은 비디오 카메라의 경량․소형화, 화질의 비약적인 발전, 조작의 간편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비디오 저널리즘은 대형 비디오 카메라로 혼자서 분쟁 지역 등을 무대로 충격적 영상을 촬영해 제공해왔던 캄저널리즘과 구별해 '소형카메라를 사용하는 저널리즘'(Small-format Journalism)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자가 취재를 나갈 경우 펜과 취재수첩을 가지고 현장으로 가는 것처럼,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소형카메라를 간단히 휴대하고 현장으로 나가 펜과 취재수첩과 같은 취재 수단으로 활용해 취재 활동을 벌인다.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 없이도 그대로 전할 수 있고, 인터뷰 대상자의 표정이나 감정을 소리와 함께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가 훌륭한 취재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국의 전문 장비보다는 질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취재한 영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가정용 소형 카메라를 취재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 8mm 카메라의 화질이 비약적으로 발전되면서부터이다. 90년대 중반 소형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의 등장은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더 이상 화질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소형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는 방송국의 취재에 있어 적극적인 취재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경우도 디지털 6mm 카메라의 탄생은 제작 방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시사․고발 프로그램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제작에서 오락 프로그램의 영역까지 소형 디지털 비디오의 사용은 확대되었다.

비디오 저널리즘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옛날부터 혼자서 카메라를 가지고 취재하는 사람은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원이 적은 지방 방송국의 경우 과거에도 대형 카메라를 가지고 혼자서 취재해 보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독립적으로 비디오를 사용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푸른영상의 김동원 감독이 제작한 <상계동올림픽>과 같은 작품은 그 원조 격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푸른영상이 원맨 방식의 제작시스템을 택한 것도 개념적으로는 비디오 저널리즘에 다름 아닌 것이다.

미국에서는 존 알버트가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원조 격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는 카메라 하나만을 가지고 세계를 돌면서 쿠바의 카스트로, 리비아의 카다피 등 미국의 대형 방송국에서도 하기 힘든 국제 정치의 중요 인물들을 인터뷰하거나 분쟁지역에 종군해 격전의 현장을 포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비디오 저널리즘이라고 할 때 하나의 중요한 전제가 있다. 비디오 카메라의 소형화, 고화질화, 간편화가 진전되어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 높은 비용으로 상당한 기술적 훈련을 전제로 한 현재의 방송국 제작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텔레비젼 취재는 현실적으로 '누구나 제작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방송 뉴스, 다큐멘터리 제작의 보편화, 대중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을 고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이 만들던 시대가 가고, 누구나 제작에 참여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비디오 저널리즘의 본질에 접근을

비디오 저널리즘은 이제까지 방송 저널리즘이 제공하지 못했던 독자적인 영상과 취재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대상과의 밀착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취재가 보다 용이해졌다는 점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또한 누구나 과거 단순한 수용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발신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비디오 저널리즘이 가질 수 있는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정보가 독점적으로 장악되어 있었던 과거의 방송 환경에서 벗어나 보다 민주적인 형태의 발신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비디오 저널리즘의 이러한 장점보다는 값싸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다. 대부분 적은 비용으로 영상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 측면에만 주목해 비디오 저널리스트라는 개념을 축소, 왜곡시키는 현실에서 탈피해야 한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단지 영상 소재를 제공하는 '소형 카메라를 사용하는 카메라맨'이 아니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현장에서 취재원과 밀착해 신뢰 관계를 가지고 내용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무기인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해 이제까지 방송국에서 제작해왔던 취재 내용을 넘어서는 질높고 심도깊은 취재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간의 밀착 취재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의 방송 구조가 제작 기간의 제한 때문에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바로 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존의 거대한 방송국이 가지고 있는 인력, 장비, 예산을 가지고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비디오 저널리스트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현재 진전되고 있는 디지털 영상 시대에 '신선하고 독특한 콘텐츠를 생산, 공급하는 새 시대의 발신자'이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단순히 영상 소재 제공자가 아니라 새로운 개념의 비디오 뉴스 발신자이자 새로운 시대의 저널리스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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